특허법 강의 - [10] 일사부재리(제16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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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사부재리(제163조)

     

    1. 의의 및 취지

    심결의 모순 · 저촉 방지, 남소의 방지 및 심판경제의 도모를 위해, 심판청구에 대한 본안심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 사건에 관하여 누구든지 동일사실 및 동일증거에 의하여 다시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제163조).

    2. 요건

    (1) 본안심결의 확정

    1) 본안심결

    ‘본안’에 대한 심결 확정이 필요하므로 각하심결은 대상이 아니며, 참가의 허여의 결정 등은 심결이 아니므로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없다. 한편 구법에서는 “심판의 심결이 확정 등록되거나 판결이 확정된 때”라고 하였으나, 2001년 7월 개정법에서는 “판결이 확정된 때”를 삭제하였다.

    2) 확정

    형식적 확정, 즉 통상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2) 동일사실

    1) 내용

    동일사실이란 청구취지를 이유 있게 하는 구체적 사실이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심판실무는 제29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는 동일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별개의 특허요건이라면 동일사실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판례

    특허법원 판례(2007허1787)는 제163조의 요건으로서 동일사실이란 ‘동일 권리에 대하여 동일한 원인을 이유로 하는 특정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특허의 등록무효심판에 있어서 무효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사유인 진보성 · 미완성 발명 · 기재불비는 각각 별개의 사실을 구성하는 것이므로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하는 무효심결이 확정된 후 미완성 발명, 기재불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 동일증거

    1) 내용

    주장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된 증거가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동일문헌을 인용하는 경우라도 당해 문헌 내의 인용부분이 상이한 경우에는 동일증거라고 볼 수 없다.

    2) 동일증거의 범위에 대한 논의

    가. 학설

    물리적 동일을 요구하는 형식적증거설, 확정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하지 않은 증거도 포함해야 한다는 중요증거설, 전심에서 배척된 쟁점이나 심리하지 않은 쟁점에 관한 증거라면 동일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쟁점증거설이 있다.

    나. 판례

    판례(2004후42)는 동일한 증거만이 아니라 그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하지 아니한 증거도 포함된다고 판시해 중요증거설로 평가된다. 다만, 특허법원 판례(2006허732)는 ‘동일증거’에는 전에 확정된 심결의 증거와 동일한 증거만이 아니라 그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하지 아니한 증거가 ‘부가’되는 것도 포함되지만, 전에 확정된 심결의 증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증거만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새로운 증거가 전에 확정된 심결과 다른 결론, 즉 특허발명의 등록이 무효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한 것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증거’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하여 쟁점증거설과 근사한 입장을 취한 것도 있다.

    다. 검토

    일사부재리의 취지가 심결의 모순 · 저촉을 방지하고 심판 경제를 도모하고자 함을 고려할 때 중요증거설이 타당하다.

    3) 확정된 심결의 기본이 된 이유와 실질적으로 저촉된다고 할 수 없는 경우

    판례(2012후1057)는 원칙적으로 동일 심판에 대해 확정된 심결의 증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심결이 기본이 된 이유와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으나, 확정된 심결의 증거를 그 심결에서 판단하지 않았던 사항에 관한 증거로 들어 판단하거나, 그 증거의 선행기술을 확정된 심결을 결론을 번복할 유력한 증거의 선행기술에 추가적 · 보충적으로 결합하여 판단하는 등, 심결의 기본이 된 이유와 실질적으로 저촉된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동일심판

    1) 내용

    동일 심판이라고 함은 청구취지가 동일한 심판을 의미한다.

    2)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경우

    판례(2003후427)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정이 요구되는 구체적 사실은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그것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그것과 달리볼 것이 아니므로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시하였다.

    3)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의 특허의 정정과 정정무효심판의 경우

    심판실무는 무효심판절차 중의 정정청구에 대한 심리는 정정무효심판의 심리와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무효심판과 정정무효심판은 둘다 일사부재리가 적용되는 당사자계 심판임을 반영하여, 무효심판절차 중에 청구된 정정(제133조의 2)을 인정하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 당해 정정의 가부판단에 대해서도 일사부재리를 적용한다. 따라서 무효심판의 심결에서 채택된 동일사실 및 동일증거를 근거로 무효심판절차에서의 정정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정정무효심판(제137조)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일사부재리의 법리를 적용하여 그 심판청구를 심결각하한다.

    3. 적용대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당사자계 심판에만 적용되며, 결정계 심판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판례(70후13)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사정사건에 대한 항고심결에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적용시점

    (1) 선행 심결의 확정의 기준시점

    1) 문제점 및 학설

    심결시를 기준으로 심판청구시에 다른 심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심결시에 그러한 사실이 발생했다면 일사부재리의 효력에 의해 심판청구가 부적법해진다는 ‘심결시설’과 심판청구시를 기준으로 심판청구시에 다른 심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일사부재리의 적용이 없다는 ‘청구시설’이 대립한다.

    2) 판례의 태도

    a) 종래 판례의 태도

    종래 판례(97후3661)는 제163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심결시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 그 심판의 청구시기가 확정된 심결의 확정등록이나 판결의 확정 전이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고 판시해 심결시설의 입장이었다.

    b) 변경된 판례의 태도

    최근 전원합의체 판례(2009후2234)는 견해를 변경하여 일사부재리의 기준시점은 심판청구를 제기하던 당시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심판청구 후에 비로소 심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심판청구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부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해 청구시설을 따랐다.

    3) 검토

    심결시설로 보면, 다른 심결이 확정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던 당해 심판청구가 소급적으로 부적법하게 되어 헌법의 국민재판권(헌법 제27조 제1항)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그 심판에 대해 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한 법원의 판결을 무의미하게 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고, 제163조에서 ‘다시 심판 청구할 수 없다’고 하여 심판청구시를 기준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확장 해석하여 심결시를 기준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심판 청구시를 기준으로 함이 타당하다.

    (2) 동일 사실 및 동일 증거인지 여부의 판단시점

    1) 문제점

    특허무효심판에서 특허법 제163조에 정해진 일사부재리 원칙을 적용할 때 ‘동일 사실 및 동일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언제인지 문제된다.

    2) 판례

    판례(2018후11360)는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등록무효 심판청구를 각하한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심결 시를 기준으로 동일 사실과 동일 증거를 제출한 것인지를 심리하여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동일 사실 및 동일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심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보았다.

    3) 검토

    생각건대 심판청구인은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후 그 요지를 변경할 수 없으나 청구의 이유를 보정하는 것은 허용되는바(제140조 제2항), 특허심판원은 심판청구 후 심결 시까지 보정된 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를 모두 고려하여 심결 시를 기준으로 심판청구가 선행 확정 심결과 동일한 사실·증거에 기초한 것이라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5. 효과

    (1) 심결각하

    일사부재리에 위반된 심판청구는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부적법한 청구로 심결각하의 대상이 된다(제142조).

    (2) 대세적 효력

    제163조는 법문상 ‘누구든지’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확정된 심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대세적으로 미친다. 따라서 확정심결의 당사자는 물론 제3자에게까지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친다.심결의 모순 · 저촉 방지, 남소의 방지 및 심판경제의 도모를 위해, 심판청구에 대한 본안심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 사건에 관하여 누구든지 동일사실 및 동일증거에 의하여 다시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제163조).

    6. 관련문제

    (1) 일사부재리 원칙 적용 대상의 확정 심결에 각하 심결이 포함되는지 여부

    후행 심판에서 새로 제출된 증거가 확정된 심결의 증거와 동일 증거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선행 확정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지를 심리·판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본안에 관한 판단이 선행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각하된 확정 심결에서 동일 증거에 의한 심판청구인지가 문제되어 본안에 관한 실체 판단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각하심결을 일사부재리 효력을 가지는 확정 심결로 볼 수 있다고 보자는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판례(2021후10077)는 "새로 제출된 증거가 선행 확정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만큼 유력한 증거인지에 관한 심리·판단이 이루어진 후 선행 확정 심결과 동일 증거에 의한 심판청구라는 이유로 각하된 심결인 경우에도 제163조 단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특허법 제163조 규정, 심판청구의 남용을 막고, 모순·저촉되는 복수의 심결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일사부재리 제도의 취지, 심판청구권 보장 역시 중요한 가치인 점, 현행 특허법 제163조는 일사부재리 효력이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허법 제163조 단서의 예외를 인정하여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바 판례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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