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스터디: 메론바는 누구나 쓸 수 있나? (Feat. 메로나)

추석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여름.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먹는 디저트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스크림입니다.

 

 

매해 새로운 아이스크림들이 나오고, 또 사라지지만 그 중에서 오랜기간 사랑받는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빙그레의 메로나는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서주는 10년 전부터 "메론바"라는 아이스크림을 출시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메로나"를 고른다면 뭘 보고 "메로나"인지 판단하시나요? 

바로, "이름(상표)"과 "포장지"입니다. 

 

그런데 빙그레의 "메로나"와 서주의 "메론바"는 이름도 비슷한 부분이 있고, 포장지도 비슷하기 때문에 대충 보면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빙그레는 지속적으로 이렇게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킬만한 서주의 "메론바"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왔고, 최근에는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1) 상표가 유사한지 여부

 

 

빙그레는  2018년에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메로나"를 출원해서 등록받았습니다. 

 

상표를 등록받으면 동일한 상표 뿐만 아니라 유사한 상표에 대해서도 독점권을 가지게 됩니다. 상표가 유사한지 여부는 외관, 호칭, 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해서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빙그레는 "메로나"와 동일한 상표 뿐만 아니라 발음이 유사한 상표에 대해서도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일단, 2018년 이전에 서주가 "메론바"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선사용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복잡한 선사용권의 문제를 논외로 하고 "메로나"와 "메론바"의 유사여부를 판단해봐야 합니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져야만 하며,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힘이 없는 상표는 식별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상표 "애플"은 상품 "사과"에 대해서는 출처를 표시하는 능력이 전혀 없어 식별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나 휴대폰"에 대해서 상표 "애플"은 아주 강한 식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론바"는 과일 이름인 <메론>과 아이스크림의 한 종류인 <바>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메론 맛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멜론"이라는 단어는 당연히 식별력이 없고, 누구나 사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바"도 식별력이 없습니다.  

 

즉, "메론바"는 메론맛의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에 대해서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전혀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상술한 것처럼 상표의 유사판단은 일반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는지 여부로 판단이 되는데, "메론바"는 상품의 출처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킬 여지조차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메로나"와 "메론바"는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포장지가 유사한지 여부

어떤 물건을 판매할 때 고려해야할 부분은 상표 뿐만이 아닙니다. 상표와 항상 함께 신경써야할 부분이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실제로 빙그레는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서주의 "메론바"의 포장지가 빙그레의 "메로나"의 포장지를 따라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상표법은 일반 소비자가 오인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입니다. 즉, 소비자를 위한 법에 해당합니다. 

이에 비해 부정경쟁방지법은 정당한 사용자가 노력으로 쌓은 상표나 상호, 디자인 등을 타인이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입니다. 

 

빙그레는 "메로나"의 포장지를 녹색 계열로 채색하고, 메론의 사진을 배치하였습니다. 물론 서주도 "메론바"의 포장지를 녹색 계열로 채색하고, 메론의 사진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글씨체도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빙그레는 이러한 이류로 서주의 "메론바" 포장지의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재판부는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에 따라 한정돼 있어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결론

아직 항소심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메론바"는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상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장지에 대해서도 일단 빙그레가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빙그레의 입자에서는 오랜기간 "메로나"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왔을텐데, 마켓에서 소비자는 착각하고 서주의 "메론바"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그레가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냥 소송 결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재판부가 말한 것처럼 메론 색을 메론 맛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어느 한 명만 사용할 수 있게해주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빙그레 입장에서는 과거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같은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4) 브랜딩 관련 시사점

우리는 브랜딩을 할 때 판매하는 상품인지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인식시켜주려고 노력합니다. 소비자가 이름이나 포장지를 딱 보는 순간 무슨 제품인지 알 수 있어야 제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관적인 이름이나 포장지는 누군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즉, 브랜딩을 할 때에는 직관과 암시 사이에서의 균형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딩 초기 단계에서 상표로써 보호 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야지만 나중에 불필요한 분쟁과 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변리사를 통하면 어떠한 이름이 식별력이 있는지, 독점적으로 사용이 가능한지, 타인의 상표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상품명이나 서비스명을 정했다면 가장 먼저 변리사에게 연락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변리사 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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