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작가: 김명기) 산 마루 턱에 풍선 몇 개 둥둥 짙은 먹구름 사이로 물폭탄을 터뜨려버렸다. 먼 산은 검은 상복을 걸치고, 긴 추억과의 이별은 끝내 슬픈 눈물이 되어 온 세상을 덮쳤다. 굵은 빗망울에 사파첸스 꽃잎도 고개를 떨구었다. 전깃줄엔 연신 수정 구슬이 구른다. 2020년 긴 장마. 코로나로 인류가 힘든데, 장마마저도 지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