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교차로를 지나쳐 걷다가 빨간 신호등, 앞에 서서 물끄러미 빨간 불빛 안에 사람을 본다. 그가 나에게 속삭인다. "어디로 가고 있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여기로 가면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것 같아?" 고개를 휘저어 애써 잡생각을 떨쳐내고 보니 초록색 불이 깜빡이며 나를 재촉한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판단할 새도 없이 결국 길을 건넌다.